KBS 자연의 철학자들 26회 서명원 베르나르도 신부의 농사 삼매경 농장 홍진스님
KBS1 내추럴 휴먼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26회 2022년 9월 23일 방송 출연진 나이 직업 인스타 프로필 촬영지 장소 위치 어디
내레이션 : 배우 강석우
26회 ‘베르나르도 신부의 농사 삼매경’ 편에서는 흙을 만지며 자연과의 관계를 맺는 농부로 살고 싶다는 서명원(베르나르도) 신부의 철학을 들어봅니다.
신부의 농사 삼매경
“왠지 저는 흙을 만지는 게 너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농부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사방이 온통 돌밭이라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은 돌을 줍고 땅을 일궈 지금의 너른 밭이 되었다는 이곳에 ‘농사 삼매경’에 빠진 신부가 있습니다.
한번 밭일을 시작하면 어느새 힘든 것도 잊고 그야말로 ‘삼매경’에 빠져서 16시간 동안 작업을 할 때도 있다는 서명원(70, 베르나르도) 신부.
출발선은 돌밭이었지만 목적지는 성도(成道)라고 말하는 그에게 ‘농사’는 곧 ‘수행’입니다.
하지만 농부가 되기까지의 길은 평탄치 않았다고 하는데요.
3대째 의사였던 집안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어야 할 운명으로 살던 그는,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에 관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5년간 다니던 의대를 그만두고 사제의 길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2년 전, 마침내 꿈에 그리던 농부가 되어 자연을 벗삼아 또 다른 수행의 길(도전돌밭공동체)을 가고 있습니다.
닭들의 복지냐, 인간의 복지냐
신부의 닭들은 자유롭게 마당을 돌아다닙니다.
닭들의 자유를 위해 풀어놓고 기르다 보니 어디서 알을 낳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달걀 손실은 감수해야만 하였다는데요.
닭들의 복지를 위주로 한다면 알을 잃어버릴 각오를 해야 하고, 인간의 복지를 생각한다면 닭장 안에서만 알을 낳도록 해야 하는 선택의 길에서 그는 인간이 아닌 닭들의 복지를 택했습니다.
한번 자유를 맛본 닭들은 더 이상 가둘 수 없고 가만히 지켜보면 닭들의 세계도 인간만큼 냉혹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왕따 닭, ‘수로’는 서신부의 마음이 가장 쓰이는 닭입니다!
알에서 깨어났다는 역사 속 인물, ‘수로’ 왕의 이름을 따서 ‘수로’라고 이름 지었건만 왕이 되기는커녕 마음 편히 모이도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수도원 생활을 하던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수로’를 향한 서신부의 마음은 애틋합니다.
“가축이 우리를 믿어요. 우리한테 의지하면서 사니까, 우리는 그 믿음을 속이지 말아야 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신뢰에 한번 금이 가면 회복하기 어렵잖아요. 가축과의 관계도 비슷해요.”
스님은 신부의 특별한 벗
“신부님과 저는 다름 속에서 같음을 공유할 수 있는 교류 관계예요.”
서명원 신부에게는 특별한 벗이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그가 불교학을 강의하던 시절, 스승과 제자로 만나 벗이 된 홍진스님,
두 사람은 다름 속에서도 변함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기에 밭일도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서명원 신부.
그에게 있어 밭일을 하는 것은 부처님 앞에서 삼천배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행입니다.
반면 스님에게는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수행의 의미는 다르지만 자연 속에서만큼은 한 몸 한마음이 되는 신부와 스님. 두 사람의 해학이 넘치는 선문답도 숲의 길처럼 아름답습니다.
자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흙을 만져야 합니다.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거죠.”
인류가 자연과의 관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지구와 환경의 위기가 닥쳤다고 말하는 서명원 신부.
손 놓고 구경만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사명감 있는 농부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자신이 먹는 음식의 일부라도 생산해 내는 것이 흙과의 관계, 즉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연과의 관계는 기차역에서 제시간에 기차를 타는 것처럼 모든 게 정확하지 않지만 그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면, 땀 흘린 만큼 정성을 쏟은 만큼 땅은 생명을 키워내고 수확의 기쁨을 되돌려줍니다.
자연 속에 뿌리내린 농부가 되기 위해 굽이굽이 먼 길, 울퉁불퉁한 길을 돌아 비로소 한국의 농토, 도를 완성해간다는 여주 ‘도전(道全)리’에 정착한 한국인-서명원 신부의 이야기입니다.
KBS 1TV [자연의 철학자들] 26회, ‘베르나르도 신부의 농사 삼매경’ 2022년 9월 23일 금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됩니다